
원론적으로 옳은 얘기도 너무 강하게 하면 듣는 사람들은 혼란에 빠지기 쉽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소위 우등생들이 말했다는 (정확히 그 출처는 알 수 없지만) ‘교과서 위주 학습,
학교 선생님의 지도’ 뭐 이런 것만으로 충분히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말 일 것이다.
그래도 요즘은 이런 이상적인 말을 하지 않고, 솔직히 사교육을 얼마나 받았다는 모두 말하는 것 같다.
이런 솔직해진 학생들을 다행이라고 봐야 하는지 아니면 빈부 격차에 따른 사회 정의에 관하여
아예 관심이 없는 학생들로 폄훼해야하는지 입장이 난처하긴 하다. 하지만 정직함은 중요한 미덕이기 때문에
차라리 솔직하게 말하는 학생들이 현실적으로 그 입시를 준비하는 다른 학생에게
선한 영향을 주는 것은 확실하다. 빈부로 인한 격차가 있더라도 정보에 의한 격차는 조금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생각해 보면, 과연 지금까지 수능은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되었는지 의문이다.
이것에 의문이 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교육과정이 너무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음식 강의를 들었다고 하자. 예를 들어 된장찌개 같은 한식 말이다.
그리고 이 된장찌개에 대해서 시험을 본다고 상상하자. 교육과정에 분명히
여러 재료를 풀어 놓은 된장 국물에 넣고 끓인다고 배웠다고 가정하면, 파를 넣을지,
식성에 따라 조미료를 넣을지, 좀 더 깊이 들어가면 과연 좋은 된장이란 무엇인지,
이런 문제들이 어디까지 다뤄져야 교과를 벗어나지 않은 것일까?


내 생각에 지금까지도 수능 문제가 교과 밖에서 출제된 적은 없다. 하지만 그 난이도 조절이 문제인 것이다.
곱하기 시험을 보는데 단순히 일의 자리 곱을 출제하는지, 백 자리 곱을 하는지,
소수나 분수 곱을 섞어서 내는지, 나아가 그 곱을 일상의 언어로 꼬아서 내는지가 문제인 것이다.
이 모두는 교과안에 있다. 다만 수준이 다른 것이다.
지금까지 수준을 다르게 냈던 이유는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그 이유 때문이다.
바로 상대평가를 위해서이다. 상대 평가를 해야만 학생들을 줄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발표를 기점으로 앞으로는 상대평가를 하지 않겠다는 말일까?
그렇다면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상대평가는 하면서
수능 변별력은 없이 낸다는 말인지, 아니면 수능은 충분히 쉬우면서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는 묘책을 발견했다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수능의 변별력을 낮추고
다른 변별력으로 상대 평가를 하겠다는 것 인지 알 수가 없다.

공정하고 사교육 유발이 없는 변별력을 외치지만, 실상 이 문제는 상대 평가로 인한
무한 경쟁 시스템의 문제지 단순히 대입 수능 자체의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이 발표 이후 벌써부터 올 수능 난이도에 대하여 설왕설래가 많다.
개인적인 생각에 이 번 수능이 끝난 후 많은 전문가들이 올해 대학 입시를
최악의 대학 입시의 하나로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좋은 말을 다 펼쳐 놓았지만
정작 상대평가를 막을 방법은 전혀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학은 어떤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해야하는지 당황할 것이고, 수험생은 앞으로 준비해야 하는
난이도를 알지 못해 대혼란에 빠질 것이다. 여러 이유로 실질적으로 학생부 반영을 줄였더니
각 대학의 입결이 모두 상승했다. 대학 입장에서는
내신 밖에는 학생을 평가 할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다시 내신 상대 평가라는 지옥에 빠지게 마련이다. 계속 악순환만 계속되는 느낌이다.
'교육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교육설명회 대체 ‘2024 지자체 수시 설명회’ (0) | 2023.07.20 |
---|---|
각 대학 ‘졸업생 연봉 공개 하면 된다.’ (0) | 2023.07.02 |
AI교과서 도입을 통해 입시·사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0) | 2023.06.17 |
고려대 논술 전형 부활 (0) | 2023.05.25 |
제자 논문으로 연구비 수령한 교원대 (0) | 2023.05.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