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로와 꿈이 같은지는 의문이다.
이건 대부분 인정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공무원으로 진로를 선택하여 행정학과를 진학한다고 가정할 때, 그중에는 투철한
소명의식으로 공무원이 되는 경우고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직업으로서의 안정성 때문에 공무원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능력에서도 전자와 후자와 차이가 반드시 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처럼 많은 사람들이 진로와 꿈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흔한 농담처럼 건물주 아들, 딸이 꿈이지만 부모가 건물이 없다면 어차피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아이들은 빠르면 초등, 늦어도 중등이면 진로를 강요받는다. 어떤 면에서 자녀들이 어려서부터 명확한 꿈이 있다면,
부모로서는 편한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은 극히 일부인 것이다.
아이들은 노출되는 환경에 따라 꿈이 빈번히 바뀌는 경우를 본다. 이 환경은 부모는 물론 해당 가족 문화와 친구 문화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지금도 많은 초등 학생들이 아이돌이 되는 꿈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꿈은 어느 시기다 되면
사라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본인의 능력이 부족함을 깨닫기 때문이다. 그 시기가 지나 중학생 정도 되면 의사, 수의사, 변호사,
아나운서 등등 나름 구체적이지만, 여전히 선망받는 직업 위주로 꿈을 꾼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다. 왜냐하면, 부모님들이
그 꿈을 응원하면서 전적인 지원을 해주지만, 해당 직업들이 기본적으로 좋은 성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보니,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이도 어른도 쉽게 지치게 된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학생들은 부모 보기도 민망하고, 공부가 적성이 아니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잘하는 것도 없고, 하다 보니 어떤 것에도 매진하지 못한다. 이런 많은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공무원 정도로 꿈을 바꾸고, 이 역시 중등 때와 같은 루틴으로 포기한다.
그렇다면, 왜 아이들은 이런 식으로 변해 가는 것일까?
무조건 확실한 것은 상대평가이다. 상대 평가, 즉 반에서 꼴등하는 학생이 막연히 의사가 된다고 하면
그걸 응원해 줄 부모가 몇이나 될까? 하지만 내 생각에 이 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바로 입시 때문이다.
대학 입시로 모든 것이 맞춰져 있는 현행 제도에서, 학생들은 꿈을 빨리 정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먼저 꿈을 정하고
그것에 맞게 여러 활동 사항을 맞춰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빠르면 중등부터 시작되고, 고1부터는 심각하다.
꿈을 정하지 않으면 일관성이 떨어지는 생활기록부가 되기 때문이다. 고1 때 변호사가 되고 싶었다가, 고 2 때 의사가 되고 싶다면,
고1, 고2 관심 활동이 달라지기 때문에 일관적이지 않다는 논리이고, 이는 대학입시에서 거의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물론 공식적으로 대학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그것을 믿는 학생도, 학부모도, 선생님도 없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부모들은 중학교부터 아이들의 꿈을 결정하고 그것과 맞는 활동을 시키려 노력한다.
또 몇몇 고등학교는 고등학교 입시에서 이런 일관적인 꿈이 만들어져 있는 학생을 선발하는 것 같다.
학교 인재상은 대부분이 창의적 인재를 지향하는 것도 조금 우스워 보인다.
우리들도 지나고 보면 하루하루 충실히 살다보니 지금 내가 있지, 어렸을 때부터 꿈을 고정시키는 경우는 많지 않다.
여러 과정을 겪어 나아가다, 또 여러 사람과 살다 보니, 우연과 같은 필연으로 꿈을 갖는 경우도 많고, 거창한 꿈은 없더라도,
사회의 일원으로 충실히 살아간다.
꿈이 무엇이냐? 물었을 때
‘현모양처’라고 대답한 여학생이 있었다. 물론 고도의 농담이었지만,
얼마나 꿈을 만들어 내는 것이 고통스러웠으면 그런 농담을 하나, 하여 씁쓸하기도 했다.
또한 ‘현모양처’ 나 ‘능력 있는 아빠’라는 꿈이 과연 대학 진학을 하지 못할 이유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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