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형 바칼로레아’ 도입이 2023년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임이 틀림없다.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뜨거운 감자 말이다.
바칼로레아를 도입하고 있는 프랑스가 모델이다. 하지만 국가 전체 시스템. 특히 대학이라는 블랙홀로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가는 우리 교육 시스템에 과연 바칼로레아 도입이 현실적인가에 대한 의문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비교적 공평하다고 여기는 수능 한 방 정책을 계속유지 하는 것도 확실한 문제이다.
그러니 결국 뜨거운 감자인 것이다.
고등학교는 곧 고교학점제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물론 이 제도 역시 찬반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고1은
여전히 상대 평가 제도를 남겨 둔 것은 반대였다. 고 1만 상대 평가를 둔다면, 고1 내신에 모는 걸 걸어야 할 테고,
그렇다 보면 중등에서 선행은 물론 초등까지 선행이 더 확산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왜냐면, 실질적인 대입이
고 1에 4번의 학교 시험으로 결정되는 데다, 대입의 절대적 관문이 2년이나 앞당겨지기 때문에 그 선행이 순차적으로
앞 당겨지는 것 또한 수순이다. 그렇다고 고교 내내 단 한 번의 상대 평가가 없어진다면,
이제 대학 입장에서 난처하다. 대학에서 학생을 변별할 최소한의 자료조차 없기 때문이다.
이런 난처함을 극복하고자 바칼로레아를 도입하는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찬성이다. 하지만 그 도입 후 전 과정이
학교에서 충족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순진무구해 보인다. 모든 것이 그렇기는 하지만, 바칼로레아 역시
사교육이 주도해 나갈 것이다. 이유는 느낌적 느낌이다. 하지만 이 정책을 주도하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이 느낌적 느낌에 동의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의학전문대학원, 치학전문대학원, 약대 편입 제도에서 실패했다. 이 제도 설계자들은 분명 위대하다.
대학을 자유롭게 다닌 학생들이 대학 3학년쯤 이런저런 인생과 학문을 경험하고, 진정 의학을 업으로 삼고 싶은 학생들만
대학원에 진학하기를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자연계 각 학과 성적 우수자들이 모두 의, 치, 약 대로
진학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결국 의대 입시만 4년이 연장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것 같다는 예상을
제도 고안자를 제외하고 모두가 알고 있었다. 느낌적 느낌으로 말이다.
바칼로레아 도입이 옳은 것이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
하지만 언제부터 해야 할 것인가는 반드시 합의되어야 한다. 어떤 정권의 임기 내에 반드시 하겠다는 의지는
내 느낌적 느낌으로 너도 많은 사람들을 고통에 빠트릴 것 같다. 이 문제는 대학 서열화 문제와 무관치 않고,
가르칠 선생님들의 양성과 인과관계에 있다. 상관관계가 아니고 인과관계이다.
바칼로레아로 서열화하나, 수능으로 서열화하나 뭐가 다른지는 모르겠다. 서열화 앞에서 바칼로레아가 아니라
소크라테스의 문답식 교육도 수능화 될 것이며, 플라톤의 아카데미아도 1타 학원으로 변질될 것이다.
좋은 제도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두통약 하나가 출시될 때에도 1상, 2상, 3상 이후, 그 결과를 고찰한 후,
국민을 대신하는 식약청 허가까지 받아야 하는 것처럼, 바칼로레아도 그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병패를 고치는 약인데, 투통 약 보다 단계가 짧아 보이는 것은 단지 나의 느낌적 느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