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공부를 가르치려 시도하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그런 수요를 반영해서 서점에는 참으로 많은 관련 서적이 나와 있습니다. 소위 엄마표 학습인데, 그 과목도 다양하고, 저자들, 즉, 엄마표 학습에 성공했다는 분들의 출신도 다양합니다. 만약 엄마표 학습이 명문대 출신 부모들의 전유물이라면 아무도 사지 않을 테니 너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보통 부모들이 큰마음먹고 이를 시도하다 아이들과 관계만 나빠지고 포기하는 분들이 허다합니다.
그럼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공부만큼이나 가족 간에 운전을 가르치는 것도 금기시 되는 일입니다. 운전을 30년 한 아버지가 부인이나 자식에게 운전을 못 가르치고, 화만 내다 끝나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내가 아주 잘하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해도 되는 운전조차 못 가르치는 바로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떤 분은 가족들에게 거는 기대 가치가 커서 그렇다고 합니다. 이 말은 일견 타당해 보입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기대가 크지 않은 부모들도 가르치지 못 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기대 가치가 크다는 것은 이유가 아닌 것 같습니다. 또 어떤 분은 자기 자식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원인을 찾는 분도 계십니다. 이런 착각 때문에 남의 자식 같으면 하지 않을 거친 말도 하고, 그러다 보니 관계가 나빠진 상태에서 다시 엄마의 역할을 수행하려니, 이미 아이에게 좋은 엄마는 사자 진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말도 일견 타당합니다. 하지만 나쁜 말을 하지 않고 칭찬만 하신 부모들도 못 가르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그 이유는 부모들에게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고속도로에서 서울로 진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해보죠. 만약 해당 도로에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면 어떤 요일, 또는 어떤 시간대 인지에 따라 진입로의 상황을 잘 유추할 것입니다. 하니, 만약 당연히 막히는 시간이라면 오히려 편안하게 음악을 듣거나, 간단한 전화로 심심함을 달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어떤 분이 이런 상황을 모르고 차 안에 있다고 가정한다면, 아마 그 운전자는 자신이 운이 없다거나, 길 선택을 잘 못 했다거나, 그도 아니면 고개를 차창 밖으로 쭉 내밀고 어차피 보이지도 않는 앞을 바라보며 안달할 것입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교육에 있어서도 경험이 중요합니다. 본인이 아무리 잘 알아도 소용없습니다. 본인이 잘 아는 것을 가르치기 때문에 화가 나는 것입니다. 엄마는 암산으로도 하는 나누기를 틀리는 아이, 그것도 이전 문제와 숫자만 바꿨는데 대답 못 하는 아이를 보면 엄마의 화는 머리끝까지 올라갑니다. 막히는 도로의 차량은 가다 서다를 반복 합니다.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다 서다 반복하는 것입니다. 이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운전자는 화나지 않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즐겁다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그 길을 따라가면 언제쯤 도착할 것이라는 가늠을 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입니다.
경험이 있으면 오히려 천천히 하라고 합니다.
우리는 하루에 3끼 밥을 먹었으니, 얼마나 많은 경험이 있고, 그런 경험이 있는 우리는 당연히 급히 먹다 체한 경험도 있습니다. 늦은 밤 학원에서 돌아 온 자녀에게 먹이는 야식을 어서 빨리 먹고 체하라는 부모는 없습니다. 오히려 허겁지겁 먹는 아이를 측은하게 여기며 천천히 먹으라고 말합니다. 그러다 체한다는 걱정과 함께 물도 건넵니다.
엄마표 공부 누구나 시키실 수 있습니다. 아이가 첫 수저를 들고 밥을 먹겠다고 난리치던 때, 온 바닥에 밥은 다 흘리고 실제 밥은 십 분의 일도 들어가지 않았던 때, 그때 ‘우리 아이는 평생 숟가락을 못 들겠구나.’ 하고 걱정하는 부모는 없습니다. 그 밥상에처럼 기다려 주세요. 빨리 가르친다고 떠먹여 주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닙니다. 평생 떠먹여 줄게 아니라면 말이죠. 천천히 먹고 있는 아이와 함께 해주면 엄마표 공부 누구나 시키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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