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소고

「아처」 가르치는 건 어렵지 않아.

X-RAY 선생님 2023. 2. 28. 22:25

 

 

 

‘가르치는 건 어렵지 않아, 마을로 돌아가는 한 시간 안에도 가르쳐 줄 수 있단다.

어려운 건 충분히 정확하게 터득할 때까지 날마다 연습하는 일이지’

파울로 코엘료의 「아처」의 한 대목으로 숨어서 지내던 전설의 궁사가 활쏘기를 배우려는 소년에게 전하는 가르침이다.

 

교육이라는 표현은 여느 추상적인 단어와 마찬가지로 그 폭이 다양하다. 한 아이가 태어나서 성인이 되는 모든 과정이 교육에 포함된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평생 교육이라는 개념이 발전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가까운 과거만 해도 지식의 변화 속도가 적어도 한 생은 가는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한 생은 고사하고 분 단위로 바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계속 배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결국 배움이 끝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배움이 끝이 없는 이유는 이런 시대의 빠른 변화 때문만은 아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여전히 과거의 업적이 최고인 기술들이 많이 있다. 우리나라가 거의 ‘따 놓은 당상’이라 할 수 있는 양궁이 그 좋은 예다. 양궁의 기술은 과거와 지금이 그리 많이 차이 나지 않는다. 어쩌면 그 이전의 선수들이 잘했을 수도 있다. 왜 이럴까? 자동차 만드는 기술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계속 발전해 왔고 앞으로도 발전할 것으로 누구나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양궁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활을 쏘는 것이 어쩌면 단순이 표적을 맞추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려운 것은 상황이다. 활을 쏘는 환경이 항상 같지 않다는 뜻이다. 활을 쏘는 사람이 다르고, 기후가 다르고, 시위를 당기는 순간의 바람의 세기나 방향이 다르다. 무엇보다 다른 것은 같은 사람이 계속 활을 쏜다 하더라도 그 쏠 때마다 마음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정신력이 강하거나 약한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마음의 상황은 본인 자신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큰일을 앞둔 사람에게 그 사람이 흔들릴만한 나쁜 소식을 알리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는 사람이라면 인지상정으로 그런 일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암묵적인 동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학생들에게는 이렇게 하지 않는다. 물론 그런 이유는 학생이 하는 학습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매일 계속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마치 활은 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집안에 애경사가 있다고 해서 활을 잘 못 쏜다면 또 개인의 슬픔이 있다고 해서 활이 엇나간다면 안 되기 때문이다.

 

작품에서 활쏘기를 가르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어려운 것은 그 간단한 방법을 매일매일 연습하는 일이라고 한다. 학습도 이와 마찬가지다. 학습의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소위 하는 농담처럼 교과서 위주로 하되 예습과 복습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 비법이라면 확실한 비법일 것이다. 하지만 그 매일 하는 연습과정에서 그 어떤 상황에서도 연습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신이 내린 축복에 가까운 능력이다. 이것은 양궁선수가 생득적으로 바람을 느끼고, 그 바람에 본인의 호흡을 자유로이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것과 같이 불가능한 일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숙련된 사람은 없다. 그리고 궁사의 말처럼 그 수련의 방법은 단 한 시간이면 충분히 배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어려운 게 아니다. 매일매일 그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여러 나쁜 환경에서도 그 일을 수행할 수 있도록 숙련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그저 매일매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